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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중반의 라섹수술. 수술 후 일주일 간의 고난
    카테고리 없음 2021. 11. 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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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섹수술. 왜 해야했나

    라섹 수술. 내 인생 처음하는 미용목적의 수술이다.

    나이먹고 수술을 한다니 우리 친구들이 곧 노안 오는데 뭐하러 하냐는 반응이다.
    역시 격려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참 우정인듯 싶다.

    원래 시력교정술에 대해서 큰 욕심같은건 없었다.
    이걸로 잘생겨진다거나 뭇여성들의 인기를 얻고자 하는 고차원적인 이유가 아니다.

    안경을 쓰고 생활함에 대한 불편함은 느끼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겨울에 안경 김서림이나 안경에 로션을 펴바르는 등의 소소한 불편함들...

    문제는 미친 4살 우리 아들이었다.
    활동량이 많아지고 장난기가 철철 흘러넘치면서 행동이 선을 넘을랑말랑 할때가 종종 온다. 그러다 삐끗해서 선을 넘게 되면 그때 한번씩 사고가 터진다.
    쇼파에서 뛰어올라 아빠 등에 올라타고 침대에서 헥토파스칼킥을 날리고 갑자기 가만히 있다가 뒷발차기를 하는데 맞아서 부러진 안경테가 1개에 귀 뒤가 2번 찢어지고 콧등 살이 수도없이 패였다.

    왜 예전에 어렸을때 때려도 안경쓴 애는 때리면 살인미수라고 그랬는데...
    이건 생존의 문제다.

     

    무슨 수술을 해야 하나??

    자 안경을 벗고자 마음을 먹었다.

    남들이 아는만큼 나도 알기에 라섹과 라식 그리고 렌즈삽입술 정도가 있다는건 알고... 인터넷 서핑을 좀 해봤다.
    뭐가 참 많더라 스마일라식이니 슬림 라섹이니 옵티라섹이니 기타등등 멋들어진 이름들은 많은데...
    잘 몰라서 그냥 병원가서 상담을 받아보았다.

    와이프 아이디 빌려 지역 맘까페 검색 후 한군데를 접촉해서 검사 받고 상담을 받았다.

    역시... 눈이 못생겨서 라섹밖에 안된단다. 눈이라도 잘생겼으면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라섹에 대해서 알아보니 한마디로 요약하면 장비빨 이더라. 물론 의사도 잘해야겠지만...
    상담받고 온 병원 장비를 보니 그 장비빨에 속하는 장비길래 날짜잡고 수술을 감행했다.

    보통 서울이나 지방의 대도시에 가서 많이 한다고 하더라. 동네병원 어떻게 믿냐고...
    하지만 직장인이 몇번이나 시간내서 주변 대도시까지 가기에 시간도 없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고른것도 있다.

    생각해보면... 몇천원짜리 딸기쨈 사면서도 이 브랜드는 어떻고 저 브랜드는 어떻고 알아보고 사는놈이
    눈알 지지는 대수술은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한 것 같다. 

     

    수술 전 검사

    라섹 수술을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검사를 몇가지 해야한다.

    사전 샘플을 채취해서 유전자 검사를 업체로 보내야 하고,

    안과에서 하는 언덕위의 빨간집을 비롯한 몇가지 눈 검사를 비롯해서
    동공 풀리는 약을 넣어서 눈을 확인하는 사전검사를 해야한다.

    동공 풀리는 약... 이것은 라섹수술의 고통 체험판이다. 비록 이게 체험판인지 그땐 몰랐지만...
    어둠침침한 병원 안에서는 괜찮았는데 검사 마치고 밖에 나오니 햇빛을 마주한 드라큘라 꼴이다.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 빛이 마치 레이저광선포를 맞는 기분이다. 

     

    D-day 수술날 

    약속한 시간에 초조한 마음으로 혼자 병원에 갔다.
    수술을 좀 얕본것도 있고, 혼자서 집에 가는 사람도 가끔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가 솟았기 때문이다.

    병원 의자에 앉아있으니 옷을 갈아입으라 한다. 

    눈수술인데 알록달록 무늬의 병원 가운도 입고 바지도 입는다. 
    이때부터 갑자기 뭔가 긴장이 확 되기 시작한다. 간단하다고 해도 수술은 수술인가보다.
    보톡스나 필러 맞는 정도의 간단한 시술이겠거니 했다가 옷을 갈아입고 앉아있으니 공포라는게 스멀스멀 올라온다. 심경이 복잡하다.
    수술실 가서 녹색 잘 보고 눈알 굴리지마라는 경고를 몇차례나 듣고 수술대에 올랐다. 흡사 주사맞을때 긴장풀고 힘 빼라는 소리하고 같은 말이다. 자신은 없지만 알겠다고 수차례나 다짐을 내뱉었다.

    아 물론 수술대에서 눈알 굴리다가 의사한테 혼났다.

    수술은 굉장히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녹색점 응시하면
    레이저 지잉~ (아마 수직) 레이저 지잉~ (아마 수평)
    이상한 기계로 눈알 닦는가 깎는가 해주고
    시원한 물로 씻고
    또 다시 레이저 지잉~ (아마 수직) 레이저 지잉~ (아마 수평)
    시원한 물로 씻고
    보호렌즈 넣으면 끝.

    이걸 두번 진행하면 끝난다. 대충 10분내외 걸린 듯 하다.

    수술 끝나고 어두운 회복실에서 약 1시간을 선그라스 끼고 누워있었다.
    생각보다 수술직후인데도 뭔가 세상이 약간 뚜렷해 진듯한 느낌이 든다. 다만 눈에 강한 레이져를 쏘였기 때문에 망막에 남아있는 잔상으로 눈에 검은색 점이 둥둥 떠다닌다. 

    와이프가 수술 끝날 시간에 맞추어 데리러와서 혼자서 병원을 나와서 차까지 걸어서 갔다. 계단도 내려가고 차를 찾아서 타는것 까지도 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눈에 마취가 되어 있어서 가능할 듯 하다.

    라섹 수술 끝나고 혼자 귀가할 수 있는가?? 택시 탈 정도의 거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집에 귀가해서는 소등 후 암막커튼을 친 방 안에서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Day +2 수술 후 다음날

    와 씨... 새벽부터 지옥체험이다.

    2시간 자고 깨고 1시간자다 깨고 선잠자다 깨서 잠깐 눈이라도 뜨려하면 폭풍눈물을 흘린다. 
    병원에서 눈에는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화장지도 대지 말라해서 그냥 눈물이 줄줄 흐르도록 뒀다. 눈물이 마를때가 없었다. 

    날이 밝았다. 하지만 별로 달라질 껀 없다.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
    거실에 암막커튼을 치고 불은 다 꺼진 어두운 집에서 눈물을 질질 짜면서 라디오를 들었다.

    병원을 가야 했기에 선글라스 +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다녀왔다.
    모자에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검은색으로 다 맞춰쓰고 있으니 흡사 범죄자 꼴이 다름아니다.

    이때의 눈 상태는 흐릿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휴대폰 화면정도는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찰나의 시간을 이용해서 라디오 채널도 바꾸고 콜택시도 불러서 병원도 혼자 다녀왔다.

     

    Day +3 수술 다다음날

    그 원래 주식을 하면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 밑에 지하가 있다고 하지않나?

    딱 그짝이다. 어제가 지옥인줄 알았는데 어젠 천국이었다. 오늘이 진정한 지옥이다.

    일단 어제는 진통제 안먹고도 여차저차 버틸수 있었는데 오늘은 진통제가 필수이다. 끼니마다 다 챙겨먹었다.
    어제는 눈 감고 있으면 눈물이 안났는데 오늘은 눈 감고 있어도 눈물이 끈임없이 흐른다.
    눈을 감으면 조금 눈이 시리고 눈을 뜨면 눈이 많이 시리다. 그냥 눈이 계속 시리다.
    겨우 눈뜨고 뭐라도 볼라해도 그 잘맞던 초점도 안맞다.
    정확하게는 초점이 안맞는게 아니고 초점 전환되는 속도가 쓰레기가 되어있다. 바로 앞 보다가 몇치 앞을 쳐다보면 그 속도를 동공인가 홍채인가 이것이 못 쫒아간다. 그러니 그 괴리감에 세상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울 따름이다.

    눈이 아픈것 이외의 다른 괴로움이 찾아온다.
    바로 눈 주변이 미친듯 따가운 것이다. 벌써 4일이라는 시간동안 눈 주변은 씻지도 못하고 눈물과 마른 안약으로 범벅이 되어있다. 이게 마르면서 눈곱과 버물여져 피부에 남아 쩍쩍 갈라지며 미친듯이 따가워진다.
    병원에서는 눈 주변에는 절대로 손 대지말라고 엄포를 놓아서 손도 못대고 있는 상태로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그냥 하루종일 아파서 눈물 흘리고 어지럽고 따갑고 그런 상태에서 하루를 보낸다.

    라디오는 하루 들으니 지루해서 마누라한테 오디오북을 하나 틀어달라해서 하루종일 그거만 들었다.
    몰입이 잘 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는 들을만 하더라. 
    수술 전 괜찮은 작품을 하나 골라두는 것을 추천한다.

     

    Day +3 드디어 살 만한 날

    이제 광명을 찾았다.

    눈알이 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초점이라는걸 잡는다. 
    낮에 혼자 병원에 다녀오는데 어렵지 않더라.
    의사선생도 "오늘은 살만하죠?" 라고 하더라. 딱 3일차 까지가 관건인듯 하다.

    용기를 내서 서브웨이가서 더듬더듬 주문까지 해서 샌드위치까지 먹었다.

    휴대폰도 어찌 볼 수 있다. 오래보면 힘들긴 한데 5~10분정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초반 몇일이 중요하다해서 굳이 휴대폰을 보진 않았다.
    어제 듣던 오디오북을 다 듣고 새로운 작품으로 넘어갔다.

    눈 주변 피부 따가움은 병원가서 눈 주변을 알콜로 좀 닦고 왔다.
    따갑다고 의사에게 하소연하니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서 면봉으로 닦으라고 한다.

    이제 사람이 좀 사는 것 같은 기분이다.

     

    Day +6 일상으로의 복귀

    수술하면서 보호렌즈를 삽입해 둔 것을 제거했다.

    그 전까지는 눈 안에 무언가 이물감이 계속해서 느껴졌는데, 이것을 빼고나니 드디어 살 것 같다.

    수술을 화요일 밤에 해서 수목금 휴가 토일 주말 월요일 출근이라 이제 일터로 복귀하는 날이다.

    혼자 운전하고 회사로 출근했다. 물론 운전할때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이다.
    라섹수술하고 운전. 개인적으로 5일 지나고는 가능하다. 다만 밤이나 지하주차장은 매우 조심해야함.

     

    Day +6 눈 뜨는 아픔

    보호렌즈라는 보호막이라는게 사라지니 조금 아픔이 찾아온다.
    바로 아침에 눈 뜰때... 매우 아프다. 
    밤새 잘 자고 일어날때 습관적으로 눈을 뜨니 눈꺼풀이 망막과 붙어있었는지 눈알이 떨어져나가는 고통이 오더라.
    병원에서 눈 바로 뜨지말고 안약을 좀 뿌려서 뜨라고 했던 의미를 그때야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하면 뭐하나... 자다 일어난 상태에 그게 기억이 날 리가... 
    지금도 기상 때 눈 뜨는 아픔을 겪고 있다.

     

    수술 경과

    [9일째]
    잘 보인다. 시력검사는 안해봤지만 안경끼고 있던 시절 시력의 70% 수준은 올라온 듯 하다.

    [11일째]
    병원가서 시력검사 결과 양안 1.0 ~ 1.2 사이가 나온다.
    경과도 좋다고 한다. 다만 약 잘 넣고 선글라스 잘 껴서 관리 잘 하라고 한다.
    아직까지 밤 운전은 조금 힘들다.

    [16일째]
    거의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낮에 선글라스 끼고 다녀아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안구건조로 눈뜨기 힘들다는점을 제외하면 아주 편안하다.
    TV도 휴대폰도 거의 마음껏 보고 있다.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걱정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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