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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왕자와 여우 - 길들여진다.
    Day by day/Diary 2012. 7. 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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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여우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왕자도 공손히 대답하며 뒤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어요." 목소리가 들렸다. "사과나무 밑에요."

     "넌 누구지?" 왕자가 묻고는 이어서 말했다. '넌 참 예쁘게 생겼구나."

     "나는 여우예요." 여우가 말했다.

     "이리와 나하고 놀아." 왕자가 제안했다. "난 아주 기분이 우울해."

     "나는 당신하고 놀 수 없어요." 여우가 말했다. 

    "길들어 있지 않아서요."

     "아! 그래."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얼마 동안 생각한 후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당신은 이곳 사람이 아니군요." 여우가 말했다. "여기서 무엇을 찾고 있지요?"

     "사람을 찾고 있지."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인간들은" 여우가 말했다. "총을 가지고 사냥을 해요. 그것이 곤란한 점이죠. 인간들은 닭을 기르는데 단지 취미로 하는 겁니다. 당신도 닭을 찾고 있어요?"

     "아니." 왕자가 말했다. "나는 친구를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그것은 자주 소홀히 여기는 행동이에요." 여우가 말했다. 

    "그것은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지요."

     "인연을 맺는다구?"

     "바로 그것이에요." 여우가 말했다. "지금 내가 보기에 당신은 아직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 또한 내가 없어도 괜찮구요. 당신이 보기에 나는 수많은 여우와 다른 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돼요. 당신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당신에게 있어 나 역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겁니다."



     "이제 이해할 것 같은데." 왕자가 말했다.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것 같아…… ."

     "그럴 수도 있지요." 여우가 말했다. "지구 위에는 온갖 일들이 다 있으니까."

     "아니, 나는 지금 지구 위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왕자가 말했다.

     여우는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고 무척 궁금해 했다.


     

     "그럼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왕자가 물었다.

     "인내심이 있어야 되지요."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당신은 나와 좀 떨어져서 ─ 바로 그렇게 ─ 풀밭에 앉아 있어야 돼요. 나는 당신을 곁눈으로 바라보면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죠. 말이라는 건 오해의 근원이니까요. 그러나 하루하루가 지나는 동안에 당신은 조금씩 가까운 곳에 앉을 수 있게 됩니다 ."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 찾아왔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것이 더 좋을 거예요."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마음이 즐거워질 거예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복한 기분이 점점 더해지죠. 4시가 되면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마침내 당신을 보면 행복감에 젖은 얼굴을 보게 될 거예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아무 때나 찾아오면, 나는 언제부터 당신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지요…  그러니까 적당한 관례를 지켜야만 돼요…."



    http://blog.naver.com/rldus9m9/120150675576


     왕자는 다시 여우를 만나러 돌아왔다.

     "잘 있어." 왕자가 말했다.

     "잘 가세요." 여우가 말했다. "그러면 내 비밀을 말해 주지요. 내 비밀은 별 게 아니어요. 마음으로 보아야지만 바르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매우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되풀이했다.

     "당신이 그 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에요."

     "내가 내 꽃에 소비한 시간 때문이라고." 왕자는 또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했다.

     "인간들은 이러한 진리를 잊고 있지요." 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그걸 잊어서는 안 돼요. 당신은 당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당신의 장미에도 당신은 책임이 있어요… ."

     "나는 내 장미에 책임이 있다고." 왕자는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했다.


    『어린왕자』(영한대역문고 5), pp. 147~155.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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